납치극 (with 라클런, 슈안)
*마피아 패러렐 이벤트 로그
사진을 한 장 얻었다. 진의 지시로 슈안을 지켜보던 조직원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슈안과 그에게 몸을 기댄 남자. 진은 쓰게 웃음 지었다. 그의 속 안에서 무어라 할 수 없는 감정이 치솟았다. 그것은 분노일까, 아니면 슬픔일까.
진은 연인을 잃었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 자신의 연인을 죽인 것은 슈안이었다. 대체, 어째서 그가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몸담고 있는 세계가 이런 곳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뿐. 진은 그래서 복수를 다짐했다. 이것이 아무 것도 아닌 흔한 일이라면, 슈안에게 자신이 복수하는 것 또한 흔히 일어나는 일로 만들어주겠다고. 그는 그렇게 결심했다.
“안녕.”
라클런은 뒤를 돌아보았다. 슈안의 명령으로 서류를 떼러 온 참이었다. 눈앞에 있는 남자는 익숙하지만 반갑지는 않은 이였다.
“안녕하세요.”
일단 아는 사이고 먼저 인사를 했으니 인사는 받아주었지만 라클런은 대체 왜 그가 자신에게 뜬금없이 말을 걸어온 건지 알 수 없었다. 서로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좋은 것도 아니었으니.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네? 무슨 얘기요?”
“그냥, 궁금한 게 있어서.”
진은 웃고 있었지만 전혀 기뻐 보이지 않았다. 대체 왜 그러냐고 물으려던 라클런은 제 뒤로 다가오는 검은 정장의 남자들을 발견하곤 입을 닫았다. 싫다고 해도 억지로 데려갈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괜찮지?”
안 괜찮다고 해도 데려갈 거잖아요. 라클런은 그 말을 속으로 삼켰다. 미심쩍은 눈을 하면서도 라클런은 진의 옆에 선 차에 탈 수밖에 없었다. 차는 곧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그 자리를 떴다.
“진짜 다 먹어도 돼요?”
“그러라니까.”
흐음. 라클런은 침대 위에 앉아 룸서비스 목록을 들여다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을 어디 폐공장 같은 데로 데려가지 않을까 생각한 것과 달리 진이 라클런을 데려온 곳은 흑염룡의 사업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회사가 운영하는 호텔이었다. 진은 테이블에 앉아 태평하게 저녁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는 라클런을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윽고 라클런은 전화기를 집어 들고 룸서비스를 주문했다. 그는 진에게 ‘진 씨도 드실래요?’ 하고 묻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어쩜 그렇게 태평해. 지금 납치당한 거라는 자각은 있는 건가?”
“뭐, 걱정한다고 여기서 탈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별로 절 해코지할 생각도 없으신 거 같고.”
“하긴, 그러네.”
“그래서, 이야기나 들어봅시다. 절 왜 납치한 거죠?”
진은 제 앞에 놓인 총을 내려다보았다. 슈안에게서는 아직 연락이 없었다. 바로 쳐들어오려는 걸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호텔과 방 주변으로 제 부하들이 쫙 깔려있었고, 이 방 안에도 조직원이 몇 명 더 있었다. 침실에는 진 한 명뿐이었지만 라클런은 무기가 없었고, 저 또한 현장에서 구른 경험이 있는 지라 어느 정도의 공격에는 대처할 수 있었다. 그는 총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라클런은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냥 흔한 이야기지. 슈안은 내 연인을 죽였고, 나는 복수를 하고 싶어.”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죠?”
“보스랑 사귀는 거 아니었나?”
진의 물음에 라클런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숨겨왔던 비밀을 들켜서 짓는 표정이 아니었다. 이상하네, 사진은 그렇게 친밀해 보이더니. 뭐, 미끼만 되어주면 상관없나. 애초부터 진은 슈안의 연인을 죽여서 복수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냥 본인을 죽이고 싶을 뿐이었다.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은 썩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어도 상관없어. 이대로 하루가 지나도록 너희 보스에게서 연락이 없으면 그냥 풀어주지. 미끼정도의 존재도 아니라는 뜻이니까.”
하지만 진은 라클런의 눈빛에서 슈안에 대한 감정을 읽었다. 만약 제 말대로 슈안이 그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면, 상처 입는 것은 라클런일 것이다. 라클런이 슈안의 오른팔임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 일로 오른팔과 보스의 관계가 틀어진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 결과였다. 어떻게든 슈안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뜻이었으니까.
“나는 네가 아니라 너희 보스에게 복수하고 싶은 거니까.”
진은 그렇게 말하며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입이 썼다. 불현듯, 제 연인에게 복수하던 슈안도 이런 감정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쓸모없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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