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 Hayden 2014. 8. 24. 10:52

One Fine Day (with 샤론)

*커플이벤트 로그






  [샤론 블랜디드 대위. 호출입니다. 부함장실로 와주세요.]






  스르륵. 문이 열리고 들어온 것은 샤론이었다. 부르셨습니까. 들어오자마자 제게 경례를 하는 그녀의 모습에 됐다고 손을 내저어 보이곤 자리에 앉기를 청했다. 샤론은 진이 권하는 대로 걸음을 옮겨 진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진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


  “아니, 거기 말고.”

  “네?”

  “이리와, 샤론.”


  진이 제 옆자리를 손으로 두드리자 샤론이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호박색 눈동자가 진을 향했다가 곧 사르륵 덮였다. 그녀는 그제야 진이 자신을 사적인 용건으로 불러냈음을 알아차렸다.


  “일은?”

  “그런 건 없어. 그냥 보고 싶어서 불렀지.”

  “이렇게 막 직위를 남용해도 되는 거야?”

  “이럴 때 아니면 언제 그러겠어.”


  샤론은 그의 말에 웃으며 진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진은 자연스레 그녀의 손을 잡아 깍지를 끼곤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부함장인데 이렇게 집무실에서 땡땡이쳐도 되는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진이 편히 기댈 수 있도록 자세를 바꿔주었다. 진은 그녀의 말에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 아무도 없잖아. 그보다 어제 보고서 다 쓰고 자느라 피곤했단 말야.”


  조금만. 진은 샤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로 눈을 감았다. 샤론은 무어라 더 말을 하려다 조용히 쉬게 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그냥 입을 다무는 것을 택했다. 진과 샤론이 입을 다물자 집무실은 조용해졌다.


  샤론은 가만히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부함장실에 들어와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히 살펴보기는 처음이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장과 책상, 그리고 책상 옆에 놓인 화분까지. 참으로 그다운 방이라고 생각했다. 무엇인지 모를 달콤한 꽃향기가 샤론의 코끝에 와 닿았다.


  “샤론.”

  “안 잤어?”


  진은 여전히 샤론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채였다. 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어깨에 이마를 부비자 샤론은 고개를 돌려 마주잡은 손을 내려다보았다.


  “너 사실 날 베개로 쓰려고 부른 거지?”

  “어떻게 알았어?”


  진은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켜 이번에는 샤론의 허벅지를 베고 누웠다. 이왕 베개 하는 김에 확실히 해줘, 그럼. 샤론은 그런 진을 내려다보다 손을 뻗어 그의 볼을 쭈욱 잡아당겼다.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샤론의 입가에도 진의 것과 같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잔다며.”

  “음……, 아까 좀 잤더니 잠이 안 오네.”

  “얼마나 잤다고.”


  실제로 진이 눈을 붙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어제 늦게 잤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듯 진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샤론은 진의 눈 아래 생긴 그늘을 바라보았다. 연구원인 그는 그녀와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샤론이 체력 단련실에서 훈련을 할 때 진은 실험실에서 기계를 만지고 있었고, 샤론이 사격을 연습할 때 진은 보고서를 썼다. 샤론은 7년전 진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전투가 익숙지 않아 고민이라던 어린 날의 그 남자는, 확실히 연구원인 게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진이 잠이 덜 깬 눈으로 가만히 그녀를 올려다보고, 샤론이 생각에 빠져있는 그 순간 스르륵, 하고 문이 열렸다.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돌린 샤론은 레오와 눈이 마주쳐 깜짝 놀랐다. 레오는 샤론의 다리를 베고 누운 진을 보며 혀를 찼다.


  “집무실에서 지금 뭐하는 거지?”


  레오의 질문에 샤론은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진은 거리낄 것 없다는 듯 태평하게 답했다.


  “놀고 있었어. 왜,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레오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는 제 손에 들고 있던 보고서를 그를 향해 집어 던졌다. 두툼한 보고서를 받은 것은 앉아 있던 샤론이었다.


  “자네가 요청했던 자료야. 일찍 도착했길래 아까 그 호출이 뭔지 물어볼 겸 이렇게 들렀는데…….”

  “아, 감사합니다.”

  “농땡이는 적당히 피우지.”

  “오늘 할 일은 다 끝냈고, 블랜디드 대위는 오늘 일이 없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쉬는 겁니다. 농땡이가 아니고. 진의 말에 레오는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그래, 그럼 좋은 시간 보내라고.”


  방해 안 할 테니까. 레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가 그렇게 떠난 이후 샤론은 한숨을 내쉬며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는 진을 내려다보았다. 이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


  “오늘 나랑 놀려고 어제 밤늦게까지 일한 거야?”

  “들켰네.”


  진은 머쓱한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어제 다른 이들의 스케쥴을 확인하던 중 샤론에게 맡겨진 일이 없다는 것을 발견한 그는 오늘 하루를 샤론과 함께 보내기 위해 밤늦게까지 보고서를 써 마무리 지었다. 같은 함선 내에 머무르면서도 둘이서만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진은 항상 아쉬웠다. 샤론 또한 그런 그의 마음을 이해한 듯 따로 무어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저,


  “앞으론 일찍 자.”


  그렇게 말하고 말 뿐이었다. 진은 그러겠노라고 답하며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칼을 매만졌다. 그는 샤론의 초록빛 머리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마치 꽃을 감싸고 있는 잎사귀 같잖아. 하지만 그건 말로 하기엔 조금 부끄러운 것이었고, 7년간 친구로 지낸 이와 연애한다는 건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조금 더 익숙해지면 말해줘야지. 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작게 웃음 지었다.


  어느 좋은 날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