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 Hayden 2014. 8. 24. 10:51

미션 1 - Next Phase (with 레오)


  오랜만에 앉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 여유를 즐기고 있을 틈은 없었다. 진은 총 오퍼레이터의 자리에 앉아 화면을 차례차례 키기 시작했다. 아까 본 붉은 점이 선명하게 카엘룸 가까이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군임을 뜻하는 녹색 점 몇 개가 카엘룸에서 쏘아져나갔다. 진은 통신을 켰다. 오늘 그의 파트너는 카엘룸의 함장인 레오 윅슨 준장이었다.


  “레오 윅슨 준장 들리십니까.”

  [아주 잘 들려.]


  볼륨을 좀 더 키우자 귓가에 레오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묘한 흥분마저 감돌고 있는 그 목소리를 진이 못 알아챌 리 없었다. 화면 위로 레오의 전투기가 화려하게 비행하기 시작했다. 진 또한 언젠가 저 자리에 앉아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난 신나는 줄은 모르겠던데. 진의 손이 바쁘게 움직여 화면 여러 개를 전면에 띄웠다. 그러니까 그 나이에 준장 급으로 올랐겠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레오의 전방에 있던 엑스의 전투기 하나가 폭발했다.


  “여섯시 방향, 레이더에 반응. 숫자 둘! 한 대는 빠르게 접근 중. 사정거리에 들어갑니다.”

  [좋아.]


  열심히 화면을 비추고 레오와 엑스의 전투기들을 쫓으면서도 진의 머리는 다른 것을 생각했다. 그가 알고 있는 엑스의 전투기는 저렇게 성능이 좋지 않았다. 비록 최신 기술을 탑재한 카엘룸의 전투기들을 따라오지는 못했지만 원래대로라면 저 정도도 따라오지 못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아마도 레오도 같은 생각을 한 듯, 통신 너머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법이네. 잘 쫓아오는 거 보면. 원래 엑스라면 저 속도의 반도 못 내야 정상 아닌가?]

  “확실히 구식기는 아니죠.”


  그렇다고는 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들과 엑스 사이에는 전투기의 성능 차이도 있지만 조종자의 차이도 있었다. 진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화면 여러 개를 왔다 갔다 하며 레오에게 적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레오의 전투기에서 빔과 미사일이 쏘아져 나가고, 적 전투기들은 하나 둘씩 모습을 잃어갔다. 많은 폭발과 전투기의 파편 사이를 누비며, 레오는 자신의 솜씨를 뽐냈다. 진 또한 바쁘게 공격을 준비했다. 저 많은 전투기들을 레오 혼자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그라면 혼자서 잘 해내겠지만. 그래도 효율적인 문제로서, 전투를 오래 끌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왼쪽 화면으로는 레오의 주변을 살피며 오른쪽 화면으로는 미사일을 조준했다. 아군에게 피해가 없도록 정확히 조준해야만 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전투기를 맞추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 경로를 예측할 수만 있다면. 슈퍼컴퓨터인 알파는 진의 명령에 따라 예상 경로를 화면 위로 띄웠다. 진의 시선이 경로 너머에 있는 자그마한 별의 파편으로 향했다. 아니, 별이라기엔 유성체에 가까웠다. 어쨌든 저걸 이용하면 좋을 것도 같았다. 전투기보다는 유성체의 궤도를 예측하는 것이 더 쉬운 일이었기에, 진은 타깃을 그리로 변경했다. 진이 카엘룸의 미사일을 조작하는 동안, 레오는 착실히 그 방향으로 전투기를 몰아갔다.


  “요격 미사일 발사!”


  레오가 남은 세 대의 전투기 중 두 대를 격추시키고 그 자리에서 멀어지는 동안, 카엘룸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엑스의 전투기 옆을 지나는 유성체를 정확히 명중시켰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나고 그 충격에 휩싸인 엑스의 전투기가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오가 통신에 대고 휘이, 하고 휘파람을 불었다.


  [실력 발휘 좀 했는데.]

  “준장님은 그만 노시죠.”


  노는 게 아니야. 전투를 즐기는 거지. 레오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그게 그겁니다만, 하고 대꾸했으나 답은 없었다. 진의 앞에 띄워진 화면은 깨끗했다. 하나 둘 올라오는 보고에 수고했다고 답하며 진은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았다. 다행히도 다친 이는 아무도 없는 듯 했다. 역시 정예만 모아둔 부대답네. 그렇게 생각하며 화면을 끄려던 진은, 레오의 전투기 너머로 보이는 파괴된 전투기의 파편을 발견하고 급히 통신 버튼을 눌렀다. 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곧 통신이 레오에게로 연결되었다.


  “준장님.”

  [왜. 문제 있나?]

  “그게 아니라……, 함장님 옆에 전투기 파편 보이시죠.”


  진이 화면을 조작해 레오의 앞에 영상을 띄워주었다. 그래, 보여. 레오는 무심하게 답했다.


  “그거 수거해서 끌고 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왜?]

  “함장님도 느끼셨잖습니까. 뭔가 이상하다는 걸.”


  지금의 엑스라면 저런 전투기를 가질 수가 없어요. 진의 말에 레오 또한 뭔가를 느낀 모양인지 잠시 말이 없었다. 이때까지 그들이 싸워온 엑스는 성능이 확실히 뒤떨어지는 전투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계속해서 연합군과 싸울 수 있었던 건 무모하리만치 과격하게 덤벼드는 공격과 여기저기서 귀신처럼 등장하는 신출귀몰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히 달랐다. 분명 그럴만한 재정적인 여력도, 기술도 갖추고 있지 않을 진데, 그들이 사용하는 전투기의 성능이 좋아졌다. 누군가 뒤를 봐주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그리고 레오도 같은 의견인 듯 했다.


  [확실히……, 엑스 놈들이라면 이런 전투기를 가지기 힘들지.]

  “혹시 모르니 조사를 해보면 뭔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라클런도 있고, 안되면 연구 지원 요청을 해도 되고요. 만약 뒤가 있다면 그걸 없애는 편이 앞으로의 전투에도 더 좋을 겁니다.”

  [좋아.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마중 나가드릴까요? 진의 장난스런 말에 레오는 혀를 찼다. 됐어, 뭐 하러. 영상 너머로 레오의 전투기에서 갈고리가 쏘아져 나와 엑스의 전투기를 끌어당기는 것이 보였다. 진은 그대로 화면을 껐다. 더 이상 그가 봐줄 것은 없었다.


'Gene Hayde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션 2 - A Piece of Truth  (0) 2014.08.24
One Fine Day (with 샤론)  (0) 2014.08.24
연구실_책상_위에서_두_남자가.txt (with 라클런)  (0) 2014.08.24
식물원 산책 (with 루이케)  (0) 2014.08.24
박하 사탕 (with 라클런)  (0) 2014.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