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2 - A Piece of Truth
진은 피로한 눈을 꾹꾹 누르며 모니터에서 눈을 뗐다. 어느새 저녁시간이 훌쩍 지나고 밤이 되어 있었다. 그가 밤늦게까지 집무실에 앉아있는 건 일 때문이기도 했지만 해결할 수 없는 고민 때문이기도 했다. 진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카엘룸에서의 첫 전투가 있었다. 큰 피해는 없었지만 적들은 예상보다 강했다. 레오도, 진도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원래의 엑스라면 가질 수 없는 기술력이었다. 누군가 뒤를 봐주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배후를 밝혀내야했다. 그래서 전투기의 파편들을 수거해왔고, 조사를 하려했다. 군인으로서 적을 막아내기 위한 당연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당연한 요구는 상부에 의해 거절당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상부는 그들에게 자료의 파기를 요구했다. 납득할 수 없는 요구에 항의하려는 순간, 레오가 그러겠노라고 답했다. 진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저와 레오의 충돌에 카엘룸 내부가 술렁거렸다. 상부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과 그래도 전투기를 조사해야한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직 전투기 파편은 파기되지 않은 채로 연구실 한 쪽에 놓여있었다. 다만 그것을 건드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진은 상부의 의견에 납득할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엑스는 그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것이 뻔했다. 진은 엑스에 의해 죽은 제 동료들을 떠올렸다. 그 조악한 공격력으로도 연합군에 큰 타격을 주곤 했던 그들이었다. 더 큰 사건이 터지기 전에 배후를 알아내 차단해야만 했다.
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이 깊은 카엘룸은 조용했다. 우주에는 밤이 없었지만 카엘룸은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밤낮을 조절하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알파를 부르려던 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 조용히 제 선에서 일을 해치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결과만 잘 나온다면, 상부를 납득시킬 수 있을 터였다. 그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몸을 움직였다. 그가 다다른 곳은 모리슨 대위의 방 앞이었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누구세요, 하는 답이 들려왔다. 다행히 라클런은 아직 잠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이제 와서 발 빼려고? 늦었어.”
그런 건 아니지만……. 진은 손을 흔들어 라클런의 말을 막았다. 조용히 분해나 하지. 진의 지시에 라클런은 입을 꼭 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두운 연구실 한 켠에 작은 스탠드가 하나 켜져 있었다. 그 아래에 선 라클런은 조심스레 전투기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진의 시선이 능숙하게 움직이는 라클런의 손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어?”
“스릴 넘치네요, 이거. 걸리면 군복 벗어야하나요?”
“몰라, 그렇게 안 되도록 해야지.”
“전 부함장님만 믿습니다.”
라클런의 말에 진은 작게 웃음 지었다. 조용히 분해나 하랬지. 그의 핀잔에 라클런은 넵, 하고 짧게 답한 후 다시 입을 닫았다.
사실 기계에 대해 아는 것이 전무한 진으로서는 라클런을 도울 방법이 없었다. 가만히 앉아 라클런이 달라는 것들을 넘겨주고, 그가 내미는 것을 받아 한쪽에 정리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혼자 작업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듯 했다. 하지만 라클런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냈다. 전혀 힘든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함장님.”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든 이를 맞이한 레오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진의 얼굴은 피곤으로 그늘져 있었지만 눈만은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그를 잡아먹을 듯 달려온 진은 레오의 앞에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레오는 일단 그것을 받아들었다.
“이게 뭐지?”
“읽어보시면 압니다.”
진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선 채로 레오가 그 종이를 다 읽길 기다렸다. 천천히 진이 들고 온 보고서를 읽어 내려가던 레오의 인상이 더욱 찌푸려졌다. 그는 이윽고 한숨을 내쉬며 종이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레오의 날카로운 눈빛이 진을 향했다.
“내가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알아내야만 했습니다. 이걸 막지 못한다면 나중에는 카엘룸도 위험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내가 여기서 이 자료를 폐기하고 자네들을 명령 불복종으로 군 징계위에 넘길 수도 있어.”
“그러지 않으실 거라 믿습니다. 함장님도 이 연구의 필요성을 알고 계셨던 분이시니까요.”
진은 레오의 협박에도 전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레오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게 사실인가?”
“네. 외부와 확인할 수는 없어 구체적으로는 알아내지 못했지만 카엘룸에 있는 자료와 대조해본 결과 저희가 알아낸 데까지는 확실합니다.”
레오는 다시금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전투기를 분해해 분석한 결과, 엑스의 전투기에 새로이 탑재된 공격 무기는 많은 함선에서 보편적으로 사용 중인 것이었다. 하지만 보편적이라고는 해도 연합군 내에서의 일이었다. 연구 시설과 자본이 부족한 그들이 그 기술을 구현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건 곧, 무기 자체가 유출되었다는 뜻이었다. 누군가에 의해.
“여기 부품 로고와 넘버가 있는데, 이걸 대조해보면 확실히 어디서 나온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걸 조회 요청하면 분명 이유를 대라고 하겠지요.”
“그렇겠지. 그럼 우리가 몰래 연구를 한 것도 들통 날 테고 말야.”
레오는 가만히 종이를 들여다보다 반으로 접었다. 그는 그것을 들고 가 서류 분쇄기에 집어넣었다. 진은 가만히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일단 일은 벌어진 거고, 확실히 알아낼 수 있을 때까진 함구하자고. 괜히 사실대로 말했다간 이제 막 출항한 카엘룸에 혼란만 불러일으킬 테니까.”
“……알겠습니다.”
가봐. 레오는 다시 의자에 기대어 앉아 진에게 손짓을 했다.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진은 그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행동이 옳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믿었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오후, 카엘룸 내로 수거된 전투기 파편은 모두 파기되었다. 레오의 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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