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 Hayden 2014. 10. 3. 22:32

Someday Morning (with 샤론)


  진 헤이든은 간만의 휴일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따가운 햇살에 잠시 눈을 떴다가, 시계를 확인하곤 다시 눈을 감았다. 딱히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 조금 더 자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그랬다.


  “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진은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렸다. 샤론이 생글생글 웃으며 손에 무언가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제가 잘못 봤나 싶어 부랴부랴 몸을 일으키며 눈을 비볐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았다. 분명히, 샤론이었다.


  “날이 환하구만 아직도 자?”

  “……너 내일 온다고 안했어?”


  진의 앞에 선 샤론이 멍한 그의 표정을 보곤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곤 진이 기껏 쳐둔 커튼을 다시 걷어냈다. 환한 햇살이 진의 침대 위로 쏟아졌다.


  “일이 일찍 끝나서 일찍 왔어. 얼른 씻고 나와. 아침 먹자.”


  멍하니 방을 나가는 샤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집에 한 명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카엘룸에서 내린 후, 진은 부모님과 함께 살던 곳을 나와 새로이 집을 마련했다. 그리 크거나 좋은 집은 아니었지만 혼자 독립해 살기엔 괜찮았다. 하지만 일이 바빠 비워두는 일이 더 많았기에 그의 집에는 항상 냉기가 감돌았고, 진은 자신의 집에 정을 쉬이 붙이지 못했다. 샤론이 곁으로 돌아와 간혹 집을 찾아오게 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지개를 폈다. 부엌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화장실으로 향했다. 집에서는 더 이상 냉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빠른 속도로 씻고 나오자 샤론은 부엌에 서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진은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그녀에게로 향했다. 뒤에서 걸어오는 인기척을 느꼈는지 샤론은 돌아보지도 않은 채로 말했다. 야.


  “너 냉장고에 먹을 게 하나도 없더라.”

  “나도 어제야 작전 끝나서 오랜만에 집에 왔거든.”


  오늘 채워놓으려고 했지. 진은 그녀의 어깨 너머로 프라이팬을 바라보았다. 계란 후라이? 진이 묻자 샤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도 해주려고 했는데 계란밖에 없더라고.”

  “이런.”


  진은 냉장고로 걸어가 문을 열어보았다. 정말 냉장고 안에 있는 거라곤 계란 몇 개와 물이 다였다. 기가 차다는 듯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샤론을 향해 머쓱하게 웃어보이곤 진은 머리를 닦던 수건을 빨래 통에 던져 넣었다.


  반숙? 완숙? 샤론의 물음에 완숙, 이라고 답하며 진은 테이블 위를 닦았다. 테이블 위엔 샤론이 이미 데워둔 식빵이 있었다. 오늘 아침은 토스트를 만들 생각인 것 같았다. 진은 찬장에서 딸기쨈과 땅콩쨈을 꺼내어 반반 나누어 발랐다. 그렇게 샤론이 만든 계란 후라이를 빵 사이에 끼우고, 곁에 제가 쨈을 바른 빵을 두고 나니 꽤 괜찮은 아침 식사가 되었다. 샤론이 손을 씻고 자리에 앉는 동안 진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왔다.


  “우유가 없어서 미안.”

  “있었어도 상해서 못 먹지 않았을까?”

  “하긴.”


  잘 먹을게. 진의 인사에 샤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샤론은 요리를 꽤 잘했다. 복잡한 건 손댈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맛은 그럴듯해도 모양인 엉망진창인 요리를 하는 자신과 달리 그녀는 보기에도 좋고 맛은 훌륭한 요리들을 가끔 해주곤 했다. 서로 바빠 자주 만나지는 못하는 터라 항상 식사를 함께 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집에서 만나게 되면 진은 샤론이 해주는 음식을 먹는 것을 꽤나 기대하게 되었다.


  “맛있네.”

  “고작 계란 후라이인데, 뭐.”


  넌 쨈 진짜 잘 바른다. 장난기가 섞인 샤론의 말에 진이 웃었다. 고작 쨈 바르는 거 가지고. 그녀는 별 거 아니라고 했지만 그래도 혼자 먹었으면 대충 먹고 말거나, 또 나가서 사먹었을 것을 알았기에 진은 정말로 샤론에게 고마워했다. 곁에 사람이 한 명 늘어난 것만으로도 이렇게 생활은 더 행복해졌다. 그리고 그건, 그 사람이 샤론이라서 더 그랬다. 진은 제 맞은 편에 앉은 여자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있다 같이 장보러 가자.”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냉장고가 저게 뭐야? 남자 혼자 산다고 광고할 일 있어? 그렇게 타박을 해도, 샤론의 말에 애정이 섞여 있음을 알았기에 진은 마냥 좋았다. 사실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했다. 처음엔 말도 하지 않고 떠난 것에 대해 화가 났고, 그 다음엔 자신이 그것밖에 되지 않는 존재였던가 하는 생각에 서운했으며, 결국엔 잘 지내고 있나 걱정을 하게 되었다. 마치 떠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눈앞에 나타났을 땐 그 모든 감정들이 뒤섞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말없이 건넨 선물을 받고 나서는, 그 또한 말없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재회의 순간은 생각한 것보다 조용했다. 만나면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말들 중 단 한 마디도 꺼내어놓지 못했다. 정말로 아무 일 없이 돌아와 줘서 고마울 뿐이었다.


  그렇게 말없이 떠나면 다시는 안 볼 줄 알아. 진은 서랍에 숨겨둔 편지를 건네며 그렇게 말했다. 샤론은 그러겠노라고 답했고, 이후로는 떨어져 있어도 자주 연락을 했다. 오늘은 어디서 전투가 벌어졌느니, 할 일이 없다느니. 그리고 휴일이 맞으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오늘도 그 휴일 중 하루였고, 그들에게는 이틀의 시간이 남아있었다. 헤어질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아쉬웠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 시간에 충실해야만 했다. 샤론의 일이 일찍 끝나 하루를 더 벌었으니, 그것 또한 진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낮에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뭐든. 네가 편한 걸로.”


  진의 대답에 샤론은 제대로 대답을 안 한다며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곧 점심 메뉴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진은 샤론이 만들어준 토스트를 먹으며 웃었다. 그들의 휴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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