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 인사 (with 샤론)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하여튼 조심스러운 면이라고는 조금도 없다는 생각을 하며 진은 웃었다. 애초에 이런 기습에 당할 사람도 아니지만 말야. 샤론은 눈을 크게 뜨고 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밥 먹으러 안 나갈래?”
“갑자기 웬?”
“맨날 카엘룸 식당에서만 먹는 거 지겹잖아.”
내가 살게. 그 말을 듣자마자 샤론은 흔쾌히 진의 제안을 수락했다. 잠시만 옷 갈아입고 나올 테니 기다려. 그녀의 말에 진은 알겠노라고 고개를 끄덕이곤 그녀의 방 옆 벽에 기대어서 서서 샤론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샤론은 금방 옷만 갈아입고 나왔다. 여느 때와 같은 셔츠와 스키니 진. 움직이기 편한 사복은 참으로 그녀다웠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대령인 친구 뜯어먹어 보겠어.”
“너 전에도 그 말하면서 한 번 거하게 뜯어먹었잖아.”
“쪼잔하긴. 알았어, 비싼 거 안 고를 테니까.”
“됐어. 그냥 해본 말이야. 너 먹고 싶은 거 먹어.”
진의 말을 대충 흘려들으며 샤론은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먼저 메뉴를 고른 진은 물을 마시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거하게 뜯어 먹을 모양인지, 그녀의 시선은 비싼 것이 몰려있는 아래쪽 부분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시간은 넉넉했기에 그녀를 재촉할 필요는 없어 진은 잠자코 샤론이 메뉴를 정하기를 기다렸다.
“아참, 술도 시켜도 돼?”
“맘대로.”
그녀는 손을 들어 종업원을 불렀다. 진의 것과 자신의 것, 그리고 반주로 마실 술까지 다 챙겨 주문한 그녀는 메뉴판을 종업원에게 넘겨주고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진은 떠나려는 종업원을 붙잡고 물을 좀 더 달라고 말했다.
“무슨 물을 그렇게 먹어?”
“기다리느라 심심해서 그랬다, 왜.”
“겨우 그것도 못 기다리긴.”
그렇게 말하며 웃는 동안 종업원이 와서 진의 물 잔에 물을 다시 채워주었다. 샤론의 앞엔 그녀가 주문한 술이 놓였다. 너도 좀 마실래? 샤론의 제안에 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좀 별로인 것 같아. 진의 대답에 샤론은 더 권하지 않았다. 둘은 서로의 술잔을 거절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아니면 아닌 거지. 억지로 기분 맞춰주려고 먹을 필요는 없잖아? 전에 그렇게 말했던 기억이 났다. 오랜 친구 사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왜 나와서 먹자고 한 거야?”
“그냥, 육지에 도착했는데 굳이 함선 안에서 먹을 필요는 없잖아? 답답하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었고.”
“카엘룸의 식사가 맛이 없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오래 먹으면 물리잖아, 좀. 그다지 신선하지 않기도 하고.”
하긴, 그렇긴 하지. 샤론은 진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은 꽤나 북적이고 있었다. 와글와글,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며 진은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진이 불쑥 꺼낸 말에 그를 따라 바깥을 바라보던 샤론은 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둘이서 밥 먹는 건 오랜만이네.”
“그러게. 아폴론 스테이션에서 먹은 이후로 처음인가?”
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오랜만에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카엘룸에 지원한 이들의 서류를 읽다 반가운 이름을 발견한 것이 그 시초였다. 얼굴이나 한 번 볼까 싶어 괜히 서류에 취미를 채워 넣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 그녀를 불러냈고, 만나 함께 밥을 먹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샤론은 변함없는 그의 친구였다.
7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군에서의 생활이 짧았다면 샤론과의 관계는 길었
다. 용병 생활을 하던 그녀에게 군 생활을 권한 것 또한 자신이었다. 물론 자신의 제안이 그녀의 선택에 얼마나 큰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샤론은 군인의 길을 걷는 것을 택했다. 가끔 안부를 물으며 언제 한 번 얼굴이나 보자고 했던 것이, 지금은 거의 매일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샤론은 군인의 길을 정말로 성실히 걷고 있었다. 실력도, 경험도 있으니 빨리 인정받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벌써 소령이라니.
진은 고개를 돌려 샤론을 바라보았다.
“진급 축하해, 블랜디드 소령. 원래대로라면 밥 한 끼 쏘라고 하는 게 맞겠지만, 오늘은 내가 선물로 사고 다음에 부탁해.”
“그래, 고맙다. 잘 먹을게.”
샤론과 눈이 마주친 진은 웃었다. 7년지기 친구가 잘 되는 것은, 진으로서도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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