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모르는 얘기 (with 콘라드)
감히 지알레의 이름을 모욕하다니! 지알레 소속의 마피아로서 용서할 수 없다!
……같은 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유리는 지알레에 그다지 큰 애정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유리가 지알레에 남아있는 건, 그의 누나가 ‘지알레’ 소속의 마피아였기 때문이다. 딱 그 정도의 소속감일 뿐이었다. 거기다 CSP에 졌다곤 해도 말단인 제게 돌아오는 해는 딱히 없었다. 다만 세력권이 좁아지면서 활동하기 힘들어진 건 좀 불편하긴 했다. 전보다 유리를 찾는 이들도 줄어들었고, 덕분에 수입도 줄어들었다. 그래도 그뿐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나쁠 건 없었다. 돈이야 모아둔 것도 있었고, 또 아예 유통 경로를 차단당한 건 아니니 다음번에 이겨서 세력권을 다시 되찾으면 될 일이었다. 유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CSP에 발렸다며?”
다만 이렇게 시비를 걸어올 땐 달랐다. 유리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저와 콘라드에게 시비를 거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다른 마피아의 말단 조직원이었다. 귀찮게, 진짜. 콘라드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유리는 혀를 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겁에 질린 얼굴로 저희를 바라보는 트럭 주인이 보인다. 유리는 표정을 바꿔 웃음을 지어 그를 안심시키려 했다. 하지만 소용 업는 일인 것 같았다.
“누가 그래?”
“누가 그러긴. 다 아는 얘기지.”
지랄하네. 콘라드는 무심한 표정으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남자의 인상이 확 찌푸려졌다. 유리는 코웃음을 쳤다.
“그거 말고 이것도 다들 아는 얘긴데 모르나 봐요?”
“뭐.”
“이름도 모르는 찌끄래기 조직의 말단 주제에 지알레에 덤비면 크게 다친다는 거?”
뭐, 씨발? 남자는 그렇게 성질을 내며 그들에게 덤벼들었다. 큰 몸집만큼이나 둔탁한 주먹이 유리에게로 날아들었다. 느려. 유리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뒤로 뺐다. 콘라드도 가볍게 그의 공격을 피해 뒤로 물러섰다. 그리곤 옆에 있는 케찹 통을 집어 들어 그를 향해 쏘았다.
“으악!”
그 때를 노려 유리는 발을 걸어 남자를 바닥으로 넘어뜨렸다. 그리곤 그 위에 올라타 품에 있던 칼을 꺼내들었다. 목덜미에 서늘한 칼날이 닿자 남자는 몸부림치던 것을 멈추었다. 남자의 뒤에 서있던 다른 이들이 움찔거리며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콘라드는 케찹 통을 들고 그들을 쳐다보았다. 유리와 콘라드에게 덤빈 것이 리더 격인 이였는지, 아니면 우스운 동료애라도 챙기려고 하는 건지 그들은 칼을 쥐고 있는 유리의 눈치를 보았다. 유리는 손에 힘을 주었다. 살갗이 조금 베여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몰랐으면 지금이라도 알아둬요.”
“한 번만 더 지껄이면 그 케찹이 진짜 피로 변해서 흐르는 수가 있을 테니까.”
콘라드의 냉랭한 말이 덧붙여지고 유리의 붉은 눈이 남자를 향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차가운 시선들에 남자는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했다. 유리는 그렇게 그를 내려다보다 칼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와 그 일행은 허둥지둥 지알레를 피해 도망쳤다. 유리는 칼을 다시 품속에 집어넣었다.
“왜 그냥 보냈어?”
한 방 먹여주지. 콘라드는 그제야 케찹 통을 내려놓았다. 유리는 어깨를 으쓱였다. 배도 고픈데 괜히 힘 빼고 싶지 않아서. 콘라드는 그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넌 가만히 서서 케찹이나 쐈냐? 나 덕분에 금방 제압했잖아. 잠시 투닥 대던 그들은 고개를 돌려 핫도그를 손에 쥔 채로 벌벌 떨고 있는 트럭 주인을 바라보았다. 유리는 언제 쌈박질을 했냐는 듯 밝게 웃었다.
“아직 멀었어요?”
“아, 아닙니다.”
어느새 말투가 바뀌어있었다. 우리 그렇게 무서운 사람 아닌데. 유리가 중얼거렸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였다. 곧 콘라드와 유리에게 다른 이들의 것보다 훨씬 큰 핫도그가 쥐여졌고, 유리는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냈다. 얼마예요? 그의 말에 주인은 손을 내저었다. 괜찮습니다. 유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장사 방해도 했잖아요. 더 달라고 해도 할 말 없는데……. 뭐, 아무튼, 얼맙니까?”
“아뇨, 정말 괜찮습니다…….”
아까의 소동으로 인해 트럭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리는 대충 다른 곳에서 먹었던 핫도그의 가격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의 딱 두 배만큼 주인의 앞에 내려놓았다.
“죄송했어요. 혹시 그 새끼들이 해코지하러 오면 연락주세요.”
유리는 간단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곤 등을 돌렸다. 콘라드는 조금 떨어져 핫도그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맛이 어때? 유리가 묻자 콘라드는 말 대신 엄지를 치켜세워보였다. 유리도 그제야 제 몫의 음식을 한 입 베어 물 수 있었다. 확실히 배가 고파서 그런지 더 맛있는 것 같았다.
근데 진짜 연락 오면 구해줄 거? 콘라드가 먹던 것을 삼키고 물었다. 유리는 처음 듣는 소리라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왜? 둘은 킬킬대며 걸음을 옮겼다. 그 난리를 친 덕분인지 이후론 더 이상 그들을, 지알레를 빈정거리는 이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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