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 (with 에반)
*마피아 패러렐 이벤트 로그
어린 시절, 어머니는 항상 혼자셨다. 진은 자그마한 방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자신과 함께 살았던 그녀를 항상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진이 아무리 물어도 그녀는 제 남편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그저, 헤어졌다고만 언급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일찍 죽었다. 그리고 진은 대학 공부를 다 마치지 못하고 흘러 흘러 흑염룡이라는 조직에 들어가게 되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며 진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이 세계에서는 살아남는 것이 곧 실력이었다. 그렇게 계단을 올라 ‘그 남자’를 만났을 때, 진은 항상 지어보이던 웃음을 얼굴에서 지워 버렸다.
“진 헤이든이라고?”
헤이든은 어머니의 성씨였다. 남자는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진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빤히 쳐다보았다. 진이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목걸이였다. 거기다 그의 집안에서는 묘하게 그를 반기지 않는 눈치였다. 힐버트 가에서 진은 참을 수 없도록 불편한 손님이었다. 그들은 그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기분이 이상했다. 핏줄의 연이란 것이 있기는 한 모양인지, 진 또한 힐버트 가가 어색하기만 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그는 사람을 풀어 제 어머니의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어릴 적에 보았던 붉은 등, 간혹 들르던 남자들, 그리고 얇고 가벼웠던 어머니의 숨겨진 옷들.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던 것들을 다시 마주해야만 할 것 같았다.
알아내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하필이면 그가 관할하는 사창가 내의 업소에서 그녀의 이름이 튀어나올 것이 무언가. 그리고 힐버트 가의 남자가 그녀와 자주 만났다는 것도 더불어 알게 되었다. 그녀가 그 곳에서 도망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그라고 하니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진은 조사한 서류들을 모두 불태우며 쓰게 웃었다.
하지만 진실을 알아냈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없었다. 진은 사업상의 이유로 힐버트 가에 계속 들락날락했고, 둘은 그저 웃으며 사업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다. 그 불편한 자리는 에반 힐버트가 조직에 들어와 연락책이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똑똑, 하고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와 들어오라고 답하자 에반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신의 배다른 동생. 하지만 한 번도 그렇게 불러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그가 자신을 미워하지는 않을까 생각해 더 조심하고 있었다. 겉으로 티내지는 않지만, 좋아할 리가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저지른 부정의 결과 따위를.
“부르셨습니까.”
“그래, 좀 해줘야 할 일이 있어서.”
진은 미리 준비해둔 서류를 집어 들었다. 이걸 좀 전해주지 않겠어? 주어는 없었지만 에반은 진의 말을 철썩 같이 알아들었다. 알겠습니다. 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 아래에 있는 서류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아래에 있는 서류를 집어 들려던 그는 잠깐의 고민 끝에 원래 건네주려 했던 세 장 중 두 장만을 에반에게 주었다. 에반은 이게 무어냐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읽어보면 알 거야. 필요한 건 거기 다 적혀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에반은 고개를 숙여 진에게 인사하곤 방 밖으로 나섰다. 진은 마지막으로 남은 한 장의 서류를 집어 들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반이 조직의 일을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은 펜을 들어 서류에 적혀있는 담당자의 이름에서 에반의 이름을 지우고 자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이 정도가 자신의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배려일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었으나, 그는 자신이 에반에게 속죄해야할 것이 있다고 항상 생각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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