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 Hayden

연구실_책상_위에서_두_남자가.txt (with 라클런)

cha1 2014. 8. 24. 10:49


  청소 로봇이 고장 났단다. 그냥 곱게 고장이 났으면 모르겠는데 온 사방에 부품을 뿌리며 사라졌다고 한다. 거기다 전 대원이 출동해서 찾고 있는데 성과가 없단다. 진은 알파의 보고를 들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나 보고 찾으라고? 알파는 답이 없었다. 진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하지만 한참을 돌아다녀도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그는 연구실 앞에 굴러다니는 나사 하나를 주워들었다. 대체 어떻게 고장이 나면 이렇게 난리가 날 수 있지? 그는 나사를 주머니에 넣고 연구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제 밤 늦게 까지 책을 읽다 잤더니 피곤해서 걸어 다니는 것조차 힘들었다. 잠시만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야지. 진은 그렇게 연구실의 의자에 앉아 어깨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다지 시원하지는 않았지만,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그렇게 어깨를 두드리다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았을 때 문이 열렸다. 연구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같은 연구원인 라클런이었다. 그 또한 지친듯한 표정이어서, 진은 그냥 웃어 보였다. 그의 손에는 어디서 주워온 듯한 기계의 부품이 한가득 이었다.






  “거기 말고 그 옆에, 응. 거기.”

  “진짜 할아버지 같은데요.”

  “너랑 나랑 다섯 살 차이밖에 안 나거든?”

  “그래도 앞 자리가 틀리잖아요.”


  이게 진짜. 진은 엎드린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기분 나쁜 말은 아니었다. 라클런의 장난스러운 말에는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깃들어있었다. 선을 지키며 제게 친근하게 굴어오는 라클런의 말에, 진은 항상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야아야, 방금은 너무 셌는데.”

  “별로 세게 안 눌렀는데. 여기가 많이 뭉쳤나 봐요.”


  봐봐요. 라클런이 한 군데를 누르자 온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로 아파왔다. 라클런은 뭉친 곳을 다 풀어주겠다는 듯 허리를 꾹꾹 눌렀다. 나 도와주겠다는 거니까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진은 얼굴을 팔에 파묻은 채로 꾹 참고 견뎠다. 그리고 고통의 시간이 흐른 뒤, 진은 이제 그만하자고 말했다. 그의 제안에 라클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좀 낫네. 고마워.”

  “뭘요. 또 필요하시면 부탁하세요.”


  진은 책상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라클런이 안마를 해준 덕에 뻐근함은 많이 가신 상태였다. 제가 엎드리느라 잠시 치워뒀던 책상 위를 원래 상태로 돌려놓자 라클런이 옆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까지도 치우시는 거예요? 그 말에 진 또한 웃으며 대꾸했다. 미리미리 치워야 니 꼴 안 나지.


  “그나저나 그 청소 로봇은 왜 그런 거야?”

  “글쎄요. 점검을 제대로 안했나 봐요.”

  “카엘룸에 오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담당자를 좀 알아봐야겠어.”


  진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라클런은 책상에 올려둔 부품을 뒤적이고 있었다. 맞다, 저 녀석. 기계 연구하는 애였지. 진은 의자의 팔걸이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괴었다.


  “라클런.”

  “네?”

  “로봇 찾고 일 좀 수습되면, 카엘룸에 있는 청소 로봇들 싹 한 번 점검 좀 부탁할게.”

  “네?!”


  그 많은 걸 다요? 라클런의 놀란 표정에도 진은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하지만, 너밖에 볼 사람이 없잖아.”

  “음……, 그건 그렇지만.”


  라클런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가 곧 한숨을 내쉬었다. 진은 부함장이었고, 라클런은 그 아래에 있는 연구원일 뿐이었다. 하라면 해야지. 그는 그렇게 납득한 것 같았다. 진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너라면 믿음직하니까.”

  “그렇게 말해주셔도 힘든 건 힘든 겁니다.”

  “그게 아니라, 이제 로봇이 고장 나면 다 니 책임이라고.”


  그러니까 잘 부탁하지. 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라클런의 어깨를 두드리고선 연구실을 나섰다. 이제 다시 로봇을 찾으러 나갈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