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Night (with 제러마이어)
*Office AU
1.
아, 나왔다. 유리는 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회사 앞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제러마이어는 담배를 피고 있는 유리를 발견하곤 그리로 걸어왔다. 표정만 봐도 무슨 말을 할 지 짐작이 갔다. 유리는 불이 꺼진 담배를 휴지통에 버리곤 제러마이어에게로 향했다.
“늦었네.”
“담배 좀 줄이랬지.”
유리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대답 대신 제러마이어의 손을 슬쩍 잡았다 놓았다. 배고프다. 얼른 밥 먹으러 가자. 유리의 말에 제러마이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의외로 유리의 이런 부분에 약했다. 결국 제러마이어는 담배에 관해 잔소리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2.
제러마이어와 유리는 함께 회사 근처의 치킨 집으로 향했다. 값도 적절하고, 맛도 괜찮아 자주 찾는 곳이었다. 주문을 마치자 그들의 앞에 맥주 한 잔씩이 놓여졌다. 퇴근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기다리며 들이키는 맥주의 맛은 정말 최고였다. 유리는 맥주잔을 입에 댄 채로 치킨집의 TV에 시선을 고정한 제러마이어를 바라보았다. TV에선 그가 좋아하는 야구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여튼. 유리는 그 모습을 지긋이 보다 입을 열었다. 제리. 작은 그 목소리에도 제러마이어는 고개를 돌려 유리를 쳐다보았다.
“내가 좋아 야구가 좋아?”
“……갑자기 뭐라는 거야.”
유리는 제러마이어의 대답에 그냥 웃었다. 그 말만으로도 충분히 답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그래서 내일 영화 뭐 봐?”
“뭐 보고 싶은 거 있어?”
내일은 토요일이었고, 주말을 맞아 유리는 제러마이어네 집에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성인 남자 둘이서 할 수 있는 데이트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시간을 보내기엔 집이 최고였기에 둘은 각자의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같은 회사라 얼굴을 자주 본다는 것 정도였다. 얼굴이라도 자주 못 봤으면 어쩔 뻔 했어. 오며가며 눈길을 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되었다. 연애란 그런 거였다.
“톰과 제리 극장판.”
“미쳤냐?”
아, 톰과 제리는 극장판이 없나? 유리는 제러마이어를 놀리는 것을 꽤나 좋아했다. 그의 말에 제러마이어는 인상을 찌푸리곤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자꾸 그러면 토이스토리 같은 거 준비해둔다. 그것도 괜찮지. 유리는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제러마이어가 한숨을 내쉬었다.
“톰은 잘 지내?”
“완전 돼지 됐어.”
“밥 좀 적당히 줘.”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치킨이 나왔다. 유리는 다리를 하나 집어 제러마이어의 앞에 놔주었다. 그리곤 자신은 날개를 집어 들었다. 제러마이어가 맛있게 닭다리를 뜯는 모습을 바라보던 유리는 무언가 생각난 듯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제러마이어의 눈이 유리에게로 향했다.
“애인한테 닭날개 먹이면 바람 핀대.”
“그래서 지금 바람을 피시겠다?”
글쎄. 유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못마땅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제러마이어와 한참 눈싸움을 하던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니, 미신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유리는 그렇게 말하고 치킨을 먹기 시작했다. 제러마이어는 맥주를 다 비우곤 한 잔을 더 주문했다. 금요일 밤에 함께 하는 치킨과 맥주는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 함께 있는 제러마이어까지, 좋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유리는 정말로 기쁜 듯 웃었다. 맥주가 쉬이 넘어가는 밤이었다.
3.
기분 좋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 속에서 알딸딸하게 취기가 올라 붕 뜬 기분이었다. 유리는 화장실에 간 제러마이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붉어진 얼굴을 하고 치킨 집 앞에 서있으려니 제러마이어가 곧 문을 열고 나왔다.
“가자.”
제러마이어는 유리를 이끌고 자연스레 유리의 원룸 쪽으로 향했다. 제러마이어는 자주 유리를 집까지 데려다주곤 했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몇 번 말해보았지만 걱정이 돼서 그런다는 제러마이어를 더 말릴 수 없었다. 그걸로 마음이 편해진다면, 뭐. 유리로서도 제러마이어와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좋긴 했다.
“왜?”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유리는 뒤쫓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제러마이어가 뒤를 돌아보고 물었다. 오늘은 이대로 헤어지기는 아쉽다고 생각했다. 금요일 밤이고, 내일은 토요일이었다. 그리고 기분도 좋았고, 톰도 보고 싶었고……. 이유는 아주 많았다.
“나 너네 집 가서 잘래.”
그래도 되지? 유리는 제러마이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더 오래 같이 있고 싶다는 거였지만. 제러마이어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 그러던가, 하고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찬가지로 그 또한 유리와 같은 생각인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