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ri Rob

돌이킬 수 없는 (with 로이)

cha1 2014. 10. 3. 22:20


  C.S.P의 습격이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들은 총을 들이밀며 거래현장에 찾아와 거래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콰앙! 저 멀리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찰칵. 유리는 라이터를 켰다. 입에 문 담배 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멀찍이 떨어진 골목에서 유리는 그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돕는 게 그의 임무였다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를 탓할 이는 없을 테다. 이미 상황은 종료되었다. 그렇다면 최대한 수습해서 돌아가는 것만이 그가 살 길이었다.


  불현 듯, 누군가가 달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쳇. 유리는 담배를 퉤, 하고 뱉곤 발로 비벼 껐다. 보지 않았어야 하는데.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유리의 눈에 비친 건 경찰관 옷을 입은 한 남자였다. 유리는 조용히 그의 뒤를 쫓았다. 몇 번 거래현장을 따라다니며 눈에 익혔던 장소인데다 남자가 워낙 급히 움직이고 있어 들키지 않게 움직이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이윽고 남자가 걸음을 멈추었다. 숨이 찬 모양인지 컨테이너를 잡고 숨을 고르는 모습에 유리는 빠르게 그의 뒤로 다가서 그의 손을 잡고 비틀어 꺾었다. 총은 위험한 무기였다. 우선은 그것을 빼앗는 것이 중요했다. 남자의 손에서 힘이 빠져 총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 때를 노려 유리는 총을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남자의 손목이 유리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칼을 쓸까 했으나 우선은 그를 제압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유리는 빠르게 주먹을 내질렀으나 경찰답게 그는 첫 번째 공격을 피해냈다. 하지만 근접전에서는 유리가 한 수 위였다. 아직 앳되어 보이는 얼굴. 그는 뒷골목에서 맞으며 구른 유리를 이겨내지 못했다.


  유리가 남자를 제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유……. 남자가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유리의 주먹이 더 빨랐다. 몇 번 그를 때리고 나자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자의 코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는 더 이상 반항할 의지를 잃은 듯 했다.


  젠장. 없잖아? 유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품속에 넣어두었던 칼이 잡히지 않았다. 어디 떨어트렸나. 혀를 차며 아래를 내려다보던 유리는 그제야 남자의 옷에 달린 명찰에 눈이 갔다.


  [Roy Levi]


  아는 이름이었다.


  “……로이?”


  다시 보니 얼굴도 영 새롭지만은 않았다. 적이라고 인지할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로이라고 생각하니 쏙쏙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보다 어렸던 앳된 소년은 어느새 다 커서 경찰 옷을 입고 있었다.


  “야, 정신차려봐.”


  유리가 손을 뻗어 로이의 고개를 바로 돌렸다. 우습게도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어린 날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로이를, 자신을 상처 입히던 사람들이 미웠더랬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어린 동생을 상처 입히고 있었다.


  씁쓸한 웃음이 입가에 맴돌았다. 유리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사실 이대로 끌고 가면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자신의 정체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고, C.S.P의 전력을 한 명 줄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칼이 없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


  로이에 대한 생각은 뻗어나가 어릴 적 그가 살던 고아원으로 향했다. 그곳엔 로이와 유리, 그리고 제시카가 있었다. 작은 손을 꼭 쥔 채로 자신의 손을 이끌어주던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제 품에 안긴 채 눈을 꼭 감고 있던 아이도 있었다. 그는 도저히 그 끈을 끊어버릴 수 없었다. 그 시절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기에 소중한 것이었다.


  유리! 멀리서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유리는 로이를 놔둔 채로 몸을 일으켰다. 그는 빤히 아이를 내려다보다가 등을 돌렸다. 처리한 거야? 함께 도망치던 동료가 물었다. 죽였어요. 유리는 거짓을 고했다. 어차피 그것을 확인할 이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