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uri Rob

두 남자와 한 아이 (with 콘라드)

cha1 2014. 10. 3. 22:11


  “애가 있었어?”

  “그럴 리가.”


  유리는 콘라드의 질문에 웃으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을 붙들고 있는 여자아이는 여전히 눈에 눈물을 매단 채로 콘라드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다섯, 혹은 여섯 살쯤 되었을까. 검은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아이는 유리와 같은 붉은 눈을 갖고 있는데다 그와 꽤나 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콘라드가 유리의 아이냐고 물은 건 아주 얼척이 없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도 아니었지만.


  “그래서 얘는 누군데?”

  “몰라. 얘가 누군지 보다는 엄마를 찾는 게 지금은 더 급한데.”


  그나저나……. 유리는 콘라드의 옷차림을 빤히 쳐다보았다. 붉은 색 꽃이 그려져 있는 하와이안 셔츠는 해변과 굉장히 잘 어울렸지만 마피아라는 그의 직업과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아이 또한 그런 콘라드의 옷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슬쩍 유리의 다리 뒤로 숨었다. 물론 아이는 콘라드와 유리가 마피아라는 것을 몰랐겠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유리는 무어라 말을 하려다 그냥 입을 닫았다. 지금은 남의 옷차림에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었다. 거기다 또 다시 보니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굉장히 튀긴 했지만 콘라드와는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다 만난 거야?”

  “저기서 자리 펴고 있었는데 막 울면서 나한테 오길래. 장사 접었지, 뭐.”


  유리는 아까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아이는 반짝반짝 예쁜 것들을 파는 오빠는 착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도도도, 달려와 유리의 팔을 붙들고 빼애액 울었다. 오빠, 우리 엄마가 없어졌어. 아이가 울음을 터트린 덕분에 유리는 아이를 울린 이상한 사람이라는 시선을 받아야만 했고, 결국 그 시선을 피해 유리는 아이를 달래며 자리를 접고 일어서야만 했다. 거기다 아이를 달래며 같이 엄마를 찾아주겠노라고 약속도 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아이의 손을 잡고 멍하니 해변을 거닐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돌아다니고 있었던 거야? 콘라드의 물음에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콘라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유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엄마는 어떻게 생겼대?”

  “우리 엄마는 나랑 똑가티 생겼어여!”


  콘라드 또한 제가 엄마를 찾는 걸 도와줄 거라고 생각한 건지 아이는 큰 소리로 외쳤다. 아이의 말에 콘라드는 다시 유리를 바라보았다. 유리는 중얼거렸다. 나처럼 생긴 여자 찾으면 되나. 콘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어?”

  “그냥 경찰한테 데려다주면 안되나.”


  귀찮은데. 콘라드는 그렇게 말하곤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순찰하던 경찰이 눈에 띄어 그들을 부르려던 참이었다. 유리는 다급하게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콘라드의 입이 유리의 손에 의해 막히고, 경찰은 그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유리는 그들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손을 떼었다.


  콘라드는 하아, 하고 숨을 몰아쉬며 유리를 바라보았다. 왜 그랬냐는 듯한 시선에 유리는 난처하다는 듯 웃음 지었다.


  “나 주머니에 그거 있단 말야.”

  “그거?”

  “그거.”


  유리는 아이의 눈치를 살폈다. 콘라드는 그제야 무엇인지 알아차린 듯 아, 하는 소리를 내곤 입을 다물었다. 마약상인 유리가 들고다니는 것 중 경찰에게 들키면 곤란해질 거라고는 뻔했다. 마약이겠지. 유리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혹시 모르니까, 그냥 얽히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래.”

  “우리, 경찰 아저씨한테 안 가요?”


  사정을 모르는 아이가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콘라드와 유리에게 물어왔다. 둘은 시선을 교환하곤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음, 경찰 아저씨들은 바쁘실 테니까. 일단 우리끼리 찾아보자.”

  “네에…….”


  착하지. 유리는 그렇게 말하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유리는 아이의 손을 잡고 경찰이 걸어간 반대쪽으로 걷다가 여전히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는 콘라드를 돌아보았다.


  “가자.”

  “나도?”

  “그래. 혼자 찾는 것보단 둘이 낫잖아.”


  콘라드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두 남자와 한 아이는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람으로 가득찬 해변을 걸었다. 하지만 유리와 아이를 닮은 여자는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