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 Hayden

미션 0 - 시작

cha1 2014. 8. 24. 10:42


  “엄마, 나도 대학 가고 싶어요.”

  “그게 다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잖니.”


  우리 형편에 대학은 무슨……. 여자는 돌아누우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은 진도 알고 있었다. 그들 형편에 대학교 등록금은 무리라는 것을. 그래도 혹시나, 해서 꺼내본 부탁을 그의 어머니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진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방의 불을 껐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의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엄마.”

  “어서와, 아들.”


  그의 어머니는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꼭 안아주었다. 진의 손을 꼭 잡아오는 어머니의 손은 더 이상 거칠지 않았다. 진이 군인이 되고 받은 돈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타오에 홀로 남아 있던 어머니를 코로나로 모셔오는 것이었다. 그 때 그가 빌릴 수 있었던 건 작은 방 한 칸 뿐이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그만큼 중령이라는 자리는 높은 것이었다.


  몸을 감싸고 있던 겉옷을 벗어 의자에 걸쳐두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는 부엌으로 향했다. 아들이 온다는 소리에 손수 만든 음식을 준비한 모양이었다. 진은 식탁 앞에 놓인 의자를 끌어 앉으며 집을 둘러보았다. 그녀 혼자 살기에 꽤나 널찍한 집은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모양인지 깔끔하기만 했다.


  진, 하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상을 한가득 차린 채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많이 먹으렴. 네, 잘 먹을게요. 그의 어머니는 진이 수저를 들고 먼저 식사를 시작한 후에야 자신의 수저를 들었다.


  “맛있네요.”

  “많이 먹어.”


  일하느라 고생이 많잖니.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아들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고생이요? 하긴, 고생길이죠, 이 길이. 그렇게 생각하긴 했어도 자신의 어머니 앞에서 무신경하게 내뱉을 정도로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그저 웃으며 식사를 계속할 뿐. 말없이 묵묵히 식사만 하고 있노라니 그릇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잘 먹는 아들을 보며 어머니는 기쁜 듯 웃고 있었다.


  다 먹은 후 그릇을 정리하는 것은 진의 몫이었다. 가서 쉬세요. 그는 접시를 차곡차곡 세척기 안에 정리해두곤 거실로 향했다. 그의 어머니는 벽에 걸린 번쩍거리는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이 군에 입대한 이후, 그녀는 매일 같이 방송에서 해주는 뉴스를 달고 살았다. 혹시나 그녀의 하나뿐인 아들의 소식이 들려올까 노심초사하며 살아오기를 벌써 10년이었다. 아들을 곁에 두고도 습관처럼 방송을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진은 조용히 곁에 앉아 뉴스가 끝나기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진은 피곤한 두 눈을 비비곤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그의 시선이 치마 아래로 빼꼼히 나온 제 어머니의 발로 향했다. 그녀의 발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철로 이루어져 있었다. 5년 전 쯤 단 의족이었다.


  대학에 갈 수 없었던 그가 더 공부를 하기 위해 코로나의 군대에 입대하고 의학을 배운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어릴 적부터 다리가 불편했던 그녀는 부지런히 일해 아비 잃은 자식을 먹여 살리고 있었다. 기계로 만든 의수와 의족이 많이 보급되고 있는 실정이었지만 아들 하나를 대학에 보내지도 못하는 형편에는 너무 무리한 것이었다. 그래서 진은 의학을 공부하고 기계로 신체의 일부를 대신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의 어머니께 더 좋은 의족을 해드리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5년 전, 그의 어머니는 진의 도움으로 현재 보급되고 있는 것 중 가장 좋은 의족을 달 수 있었다. 진은 아직도 그의 어머니가 절뚝이지 않고 걸으며 저를 향해 환히 웃는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웃음 하나만으로도 전장에서 구르며 고생했던 것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엄마.”

  “……으응?”


  화면에는 카엘룸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코로나에서 엑스의 소탕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온 함선이었다. 뉴스에서는 함선이 완전히 완성되었으며, 조만간 군대의 개편을 통해 새로운 함선에 탈 군인을 선발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새로운 군대의 소식에 푹 빠져있었다. 진은 다시 한 번 그의 어머니를 불렀다. 곧 카엘룸을 비추고 있던 화면이 꺼지고 다른 소식으로 전환되었다. 그녀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저게 그렇게 멋있어요?”

  “엄마는 한 번도 본 적 없잖아. 네가 저런 커다란 함선에 탄다고 생각하면 마냥 대단하고 멋지지, 뭐.”


  진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주에서 싸우는 군인에게 함선은 익숙한 것이었지만 일반인들은 일생에 단 한 번도 타볼 수 없는 것이었다. 기계로 만들어진, 커다란 기체는 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항상 감사해야할 존재였다. 그것이 없었다면 그들은 우주 해적과 맞서 싸우지 못했을 테다.


  “근데 왜 불렀니?”


  진은 점심 때 만났던 이를 떠올렸다. 자네가 진 헤이든 중령인가? 네, 그렇습니다. 딱딱하게 인사를 하며 경례를 하는 그에게 노인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있다 할 말이 있으니 자신의 방으로 들르라는 말에 점심을 급히 먹고 그의 방으로 가자 노인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서류뭉치 한 다발을 그에게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앞으로 자네가 관리해야할 것들이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진의 말에 남자는 그가 카엘룸의 부함장으로 임명되었으며, 한 단계 진급해 대령이 되었음을 알려주었다. 전투에서도 꽤 괜찮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다 의학을 전공한 그가 부함장으로서 카엘룸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 판단한 모양이었다. 진은 웃으며 감사히 그 자리를 받아들였다. 많지 않은 나이에 중령의 이름을 단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모든 것은 성과 위주로 돌아가는 군대였으니까.


  “엄마 아들이 오늘부터 대령이 됐어요.”

  “정말? 그 나이에 대령이라니, 정말……. 와. 내 아들 정말 멋지구나.”

  “그리고 아까 본 그 함선, 거기에 타기로 했어요.”


  부함장이 됐거든요. 진은 웃으며 그렇게 덧붙이곤 고개를 돌려 아직 켜져 있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뉴스의 마지막 장면으로 카엘룸의 모습이 다시 한 번 비춰지고 있었다. 이제부터 그곳이 그가 대령의, 부함장의 이름을 달고 새로이 시작해나갈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