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닉 (with 리안)
*마피아 패러렐 이벤트 로그
그날은, 무슨 변덕인지 밖에서 점심을 먹고 싶었다. 느즈막히 일어나 신문을 읽던 진은 결국 참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일주일 내내 비가 쏟아지더니 오늘은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았다. 아마 제 변덕이 죽 끓듯 한 것도 날씨 때문인 것이 분명했다. 진은 지나가는 길에 샌드위치를 사서 공원으로 향했다. 휴일인데다 날씨까지 완벽하게 좋아서 공원은 피크닉을 나온 가족과 연인들로 붐볐다. 진은 느긋한 발걸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다.
문제는 사람이 많으니 벤치에 앉을 자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약 30분간 공원을 뱅뱅 돌던 진이 그냥 집에 들어가서 먹어야하나, 생각하는 찰나 저 멀리 긴 벤치에 누군가 혼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어차피 2명 이상 앉을 수 있는 벤치니 옆에 앉아 먹으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며 그리로 향한 진은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상대 또한 진을 보고는 마찬가지의 표정을 했다. 리안 홀트. 적대 조직인 화이트 S. 스타의 행동대장급 되는 인물이었다.
진이 화이트 S. 스타의 모든 사람과 사이가 좋지 않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리안과 비슷한 위치의 샤론과는 여전히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라클런과의 관계도 썩 나쁘지는 않았다. 리안과의 악연은 어느 한 전투 중에 리안이 제 목걸이의 줄을 끊어버린 것으로 시작되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받은 소중한 목걸이를 망가트린 그를 진은 용서할 수 없었고, 그렇게 몇 번 싸움을 벌이다 사이가 틀어져 버린 것이다.
진은 잠시간 그냥 지나쳐서 집으로 갈까 생각했으나 그러기엔 손에 들린 샌드위치가 너무 아까웠다. 그래, 신경 쓰지 말고 먹어야지. 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당당히 그의 옆으로 가서 앉았고, 리안은 인상을 찌푸린 채로 진의 행동을 바라보았다. 비닐에서 샌드위치를 꺼내어 입안에 물자 사각사각 야채가 씹히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근데 조금 야채가 많은 것 같기도. 진은 고개를 숙여 샌드위치 안을 살폈다. 치킨 샌드위치라더니 치킨은 요만큼밖에 안 들어 있었다. 리안이 그에게 말을 건 것은 그때였다.
“그거 맛있어요?”
진은 인상을 찌푸린 채로 고개를 돌렸다. 리안이 손으로 샌드위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먹어보던가.”
얼씨구. 진의 말에 리안은 고개를 끄덕이곤 한 개 남은 샌드위치를 집어 들고 입으로 가져갔다. 어떻게 보면 뻔뻔한 녀석이었다. 진짜 먹을 줄은 몰랐지. 진은 우물우물 샌드위치를 씹는 리안을 바라보았다.
“고기가 너무 없는데요. 야채만 많고.”
그리곤 태평스런 얼굴로 평까지 한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무어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는 반 쯤 남은 샌드위치를 한 입에 넣었다.
“뭐, 그래도 요깃거리는 되네요.”
“줬으면 고맙게 먹던가.”
리안은 끝까지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손을 탁탁 털고는 진을 돌아보았다.
“내가 진짜 샌드위치 맛있게 하는 가게를 알거든요? 다음에 한 번 사줄테니까 먹어봐요. 그럼 됐죠?”
“……좋아.”
그러니까 다음에 또 같이 이렇게 앉아서 식사를 하자는 얘긴가. 생각만으로도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진은 기분 좋은 날에 괜히 시비 붙기 싫어 대충 대답을 하고 넘겼다. 아, 날씨 정말 좋다. 진은 리안에게서 시선을 떼고 공원을 둘러보았다. 옆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도 웃어넘길 수 있을 만큼 기분 좋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