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답 (with 레오)
*마피아 패러렐 이벤트 로그
“그러니까…….”
“잠시만요.”
진의 말을 끊고 끼어든 이는 이제 막 간부의 위치로 승격되어 회의에 참석한 한 조직원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향하고, 진 또한 무심한 시선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모두의 주목에 기쁜 듯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은 의사 아닙니까? 왜 우리가 의사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거죠?”
진은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진의 표정을 읽지 못한 듯, 신나서 말을 이어갔다.
“한낱 의사보다는 저희가 더 잘 알 것 같습니다만.”
“이봐.”
말을 끊고 끼어든 것은 레오였다. 어둑어둑한 조명 아래서, 레오의 밝은 갈색 눈이 빛났다.
“저 사람이 누군줄 알고 그러는 거지?”
“거야, 의사 아닙니까? 자격증은 없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레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에게 다가갔다. 큰 키의 레오가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에 위압감을 느낀 남자의 몸이 절로 움츠러들었다.
“의사긴 하지만 하는 일은 그게 다가 아니라고. 너 같은 말단은 모르겠지만 말야. 정보를 모으고, 그걸로 작전을 짜지. 니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도 다 그의 작전 덕일 거고.”
알았으면 닥치고 얘기나 마저 들어. 레오의 말에 남자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의 입을 다물게 한다는 목적을 달성한 레오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진은 뒤를 이어 계속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화이트 스타는……. 회의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언제까지 그 자리에 있을 거지?”
회의가 끝난 후 남아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 진에게 말을 건 것은 레오였다. 의자에 삐딱하게 걸터앉아 그를 올려다보는 시선에 진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난 너처럼 실력이 뛰어나지 않으니까 여기가 적당하다고 보는데.”
“형이 그런 식으로 지위에 욕심을 내지 않으니까 밑에서 자꾸 깔보는 거잖아.”
“그럼, 니가 막아주면 되잖아? 오늘처럼.”
레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사실 이런 일이 한 두 번 정도 더 있었던 것 같다. 진의 추천으로 흑염룡에 들어와 뛰어난 실력으로 초고속 승진한 그와는 달리 진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럼에도 조직에 오래 몸담고 있었고, 정보 수집 및 분석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 보스로부터 신뢰받는 입장이라는 전제 하에서 흑염룡의 간부들은 그를 존중해주었는데, 가끔 그를 잘 모르는 이들은 진을 대놓고 무시하곤 했다. 같은 분야는 아니지만 나름 그를 선배로 생각하고 존중하는 레오로서는 그런 그들이 굉장히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바쁘지 않으면 같이 밥이나 먹을까?”
“갑자기 웬 밥.”
“고맙다는 의미로 내가 살 테니까.”
진은 정리한 서류를 품에 안고 레오를 돌아보았다. 그를 빤히 바라보던 레오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다면야 거절하진 않지. 대가를 원하고 한 일은 아니었으나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보다는 오랜만에 진과 식사를 한다는 것이 더 매력적이었지만. 레오는 굳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어차피 진 또한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 뻔했다. 마치 따라올 것이라 예상한 듯 테이블 위에 남겨진 서류를 집어든 레오는 성큼성큼 걸어 진의 뒤를 쫓았다. 곧 회의실에 불이 꺼졌다.